FOMEK 책임경영, 혁신성장, 중견련

    로고

    확장억제? 치킨게임 시동? …미국 새 핵운용지침

    전문위원 이상현

    2024.09.11 19:11
    확장억제? 치킨게임 시동? …미국 새 핵운용지침

     미국이 지난 3월 핵무력을 증강하고 동맹국 재래식 전력과 핵무력을 통합 운용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핵운용 지침(Nuclear Employment Guidance)’을 극비 전략문서로 작성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러시아도 최근 이에 대응한 핵교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양적으로 핵탄두의 수를 늘리고 질적으로 전술 및 작전 수준의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내용으로 이 지침이 발표된 뒤 지구촌 도처에 도사린 지정학들이 동시에 활성화 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  새 ‘핵운용 지침’ 공개…동맹국의 재래식 군사력 역할 강조 ‘무기 매출 수요’ 

     러시아를 잘 아는 전직 미국 외교관은 미국이 ‘탈냉전’ 질서를 깨고 동맹국을 동원해 대리전을 치르며 러시아와 중국을 약화시키는 ‘신냉전’으로 선회한 정책은 초입부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군사전문가는 미국의 새로운 ‘핵운용지침’이 북한핵 위협을 억제하는 효과를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한국이 이롭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한국을 외교・통상・안보・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이 자국과 러시아・중국 간 전략적 군사대결 구도에 한국을 ‘동맹’의 이름으로 끌어들여, 재래식 전력을 위한 군사지출 부담과 직접 충돌에 따른 자국 군대의 희생 등 모든 비용을 동맹국에 떠넘긴다는 우려다.

     

     바이든 행정부가 작성한 새로운 ‘핵운용 지침’은 미국 안보에서 핵무기의 구조와 역할에 대한 기본 틀을 확립하는 포괄적 정책문서인 ‘핵 태세 검토(Nuclear Posture Review, NPR)’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NPR에 명시된 원칙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및 전술적 지침을 제공한다. 취약성에 대비하면서 합리적 비용으로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새 지침의 목적. 기본 원칙을 준수하면서 핵 전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운영 방법에 더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백악관은 “최근 지침은 대체로 이전 행정부가 발표한 지침을 기반으로 하며, 연속성이 변화보다 우선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핵 선제 불사용’과 ‘단일 목적’ 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은 미국이 핵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먼저 핵을 쓰지 않는 것이다. ‘단일 목적’ 정책은 미국을 공격한 상대에 보복할 때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NPR에 명시된 대로, 핵무기는 극한 상황에서만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 전략이 기존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 독자핵무장은 미국이 안정성 보장을 위해 핵 사용에 대해 높은 기준을 유지해온 정책기조와 ‘핵 확산 금지’에 대한 미국의 오랜 공약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통합억제’ 명분, 동맹의 재래식 전력 활용 극대화…미 핵 전략 가성비 높여

     새 지침은 지역 갈등에서 핵 위기를 예방하는 수단으로 ‘통합 억제력(Integrated Deterrence)’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원칙에 맞춰 광범위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재래식 전력과 핵 옵션을 유연하게 통합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통합 억제’는 핵과 재래식, 사이버, 우주 및 정보 역량을 결합해 여러 영토(domain)에서 적을 억제하는 전략적 접근 방식이다. 다양한 위협에 다양한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이 핵심이며, 핵 사용이 고려되는 시나리오에 도달하기 전에 수많은 단계와 대안이 있어야 한다. 위기 확대를 늦추는 ‘억제’를 더 미세한 단계로 세분화, 사용 가능한 모든 도구를 활용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고, 유연한(adaptable) ‘억제 기본개념구조(framework)’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억제에 기여하는 재래식 역량을 식별하고 평가하는 것의 중요성을 NPR에 명시하고, 재래식 역량을 작전계획에 적절하게 통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확장억제보강, 지역안보강화 명분으로 동맹을 러・중 군사대응에 직접 끌어들여

     미국은 구체적으로 지역 갈등과 제한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의 선진 재래식 군사력을 활용하고 상호 운용성과 공동 작전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미국은 이 접근방식에 따라 지난 2023년 ‘한미 핵 협의 그룹(NCG)’을 설립, 핵-재래식 통합을 포함한 ‘공동이행조치’를 개발했다.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재래식 역량으로 미국의 전략적 작전을 지원하는 절차를 논의하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를 가정한 탁상훈련(Table Top eXercise, TTX)을 매년 실시하기로 했지만, 위기 상황의 진원지가 북한에 국한되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은 러시아 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의 광범위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한반도의 고유한 안보적 과제를 고려, ‘공동이행조치’ 맥락에 맞게 특별히 조정된 억제 태세를 개발한다는 것. 

     

     미국은 특히 동맹 역량을 활용, 핵과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해 ‘억제’를 조정해 낮은 비용으로 억제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표면적으로는 조정 노력을 계속한다는 의미이지만, 재래식 무기가 사용되는 국면에서 충돌 가능성이 높고, 불붙은 충돌은 지역(가령 한반도) 파괴에서 그치지 않고 핵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맹국의 재래식 군사력은 곧 미국 무기회사의 매출을 의미한다.

     

    미국은 새로운 ‘핵운용 지침’에 따라 한국이 ‘주변화’ 되지 않고 보다 ‘전략적’ 논의에 더 많이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한편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해석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억제 범위 확대에 따라, 한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노력에 더욱 깊이 관여하게 됨을 의미한다. 북한만을 고려한 군사적 대응이 중국, 러시아의 동시적 또는 순차적 핵・재래식 위협에 대한 미국과의 공동 대응 개념으로 확대되는 개념이다. 바야흐로 한국은 더 광범위한 지역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진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외교(Language and Diplomacy, LD) 교수(학장)는 지난 5일(한국시간) 아태리더십네트워크(Asia Pacific Leadership Network, APLN)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이 미국의 억제 전략에 휘말리면 결국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무역 제한 또는 기타 형태의 경제적 압력을 유발하며, 정책 옵션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미국에 맞서 핵 교리 갱신…서방 중소형 전술핵 운용 대응에 초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 4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집단서방 국가들이 야기한 도전과 위협 때문에 현재 새로운 접근 방식의 핵 교리를 갱신하고 있으며, 발표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 대화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장기화 하는 등 러시아의 이익과 안보를 공격하는 지속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의 대응을 부를 수밖에 없으며, 모스크바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하고 분석한 것들을 기초로 핵교리를 공식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마리아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핵 교리 갱신은 서방국가들의 무책임한 입장과 전반적 정책에서 비롯된 ‘전략적 위험’ 때문에 증가하고 있는 국제안보에 대한 세계적 및 지역적 도전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과 외무장관의 대변인이 같은 날 심각한 안보 위협을 설명하면서 러시아의 핵 교리 갱신 사실을 공식 밝힌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간 저출력, 전술 핵무기, 그중에서도 소형인 ‘전장 핵무기’ 사용 허용에 대한 논의가 포함된 점과 밀접하다.

     러시아의 군사전문가인 빅토르 리토브킨은 같은 날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 교리를 갱신한 것은 안전보장과 ‘잠재적 침략자에 대한 억제력’을 보장하는 데 있어 핵무기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토브킨은 구체적으로 “러시아의 핵 교리는 일반적 군사교리에 2개 조항, 2020년 발표된 대통령령에 명시된 2개 조항에 각각 담겨 있는데, 두 문서를 통합해 새로운 군사 교리의 기초를 형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일반 군사교리에서는 ▲러시아 또는 그 동맹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국가 또는 국가 연합에 의해 공격을 받는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수단을 사용하는 침략자 또는 침략자 연합에 의해 공격을 받아 국가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 등 두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 6월 작성된 다른 문서 ‘핵 억제 분야에서 러시아 연방 국가정책의 기본에 관하여’라는 제하의 대통령령에서는 “만일 ▲탄도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 또는 ▲정부 및 군 지휘통제 센터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경우,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명시했다.

     

    미 외교 베테랑, 러와 대리전 치른 바이든 정부 비판…“쇠락한 미국은 시한폭탄” 

     냉전시기 소련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던 잭 맷록(Jack Matlock)은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기반 싱크탱크 쉴러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벌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9일(현지시간) “인류를 구하기 위해 외교로 돌아가자(To Save Mankind, Come Back to Diplomacy)”는 제목으로 연구소 홈페이지에 실렸다.

     맷록 전 대사는 “핵무력국은 옳든 그르든, 자국의 주권과 정치적 존재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인식한다”며 “핵무력국에 대해 사실상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벌이는 것은 극히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우크라이나 대리전이 자칫 미러 간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의 외교 활동을 멈추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기조로 돌아섰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적대행위를 이어가면서 결국 ‘자살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맷록 전 대사는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 및 군사 전쟁을 부추겼고,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을 지원하는 한편, 중국과의 전쟁을 위해 미군을 증강하는 등 지구촌을 전쟁으로 몰아가는데 엄청난 돈을 썼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 미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지속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평화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대신 나토 확장을 추진하기로 한 결정은 심각한 실수였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는 1990년대 초반 소련 해체로 독립한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들과 평화를 위한 협력을 약속하고 30여년 탈냉전기를 지내왔다. 러시아도 나토의 지역평화협력그룹 회원일 정도로 이런 협력은 진지했지만, 서방의 속내는 달랐다.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올란드 전 프랑스 대통령의 증언처럼, 미국 주도의 나토는 이 냉전기를 러시아를 무너뜨릴 시간으로 삼았을 뿐이었다.  

     

    평화는 미국 국익에 맞지 않아…집단 서방 지고, 브릭스・남반구 급부상

     그는 “미국이 평화협력 과정을 계속 따랐다면 보다 포괄적인 유럽 안보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나토 확장을 선언한 결과,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경제적 위기에 빠졌고, 지역안보는 최고의 위험 수위로 격상됐다. 미국의 선택을 “엄청난 실수”라고 표현한 이유다.

     

     맷록 전 대사는 특히 미국이 러시아와 직접 대결하지 않고 러시아에 해를 끼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미국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고, 러시아 경제가 더 자율적으로 활성화 돼 중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쪽으로 이끌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장기적으로 미국과 서유럽 등 집단서방(collective western)에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 달러의 힘을 믿는 일본과 유럽연합(EU), 한국 등 미국의 우방들은 미국의 실패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결과적으로 미국 권력재편기를 맞아 미국으로부터 적잖은 원심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구촌 남반구는 거의 완전히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로 돌아섰다. 맷록 전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에 맞서 싸우다가 패배,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계속 나머지 국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슬픈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구가 전 세계를 위해 만들어낸 현재의 세계 질서는 미국과 서방 동맹국의 이익에만 부합했고, 나머지 세계는 더 이상 서방의 독재 하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들이 왜 그렇게 브릭스에 가입하려고 몰려드는가? 이것은 제국주의 미국과 서방 동맹국에 대한 경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미 백악관 제공) 미국 육군 사령관 폴 라카메라와 바이든 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한국 육군  최성춘 중장(사진 왼쪽부터)이 지난 2022년 5월22일 서울 오산 공군기지 항공작전센터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소통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