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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오리지널] 시리즈에 들어가며

    전문위원 김수한

    2024.10.06 14:13
    [러시아 오리지널] 시리즈에 들어가며

    미국=로마, 러시아=그리스.
    2007년 모스크바와 상트빼쩨르부르그 여행을 다녀온 뒤 필자가 만든 명제이자 공식이다.
    첫째로 언어다. 로마의 라틴어는 수많은 형제 언어와 자식 언어로 파생되었고 그 중 하나가 영어다. 로마와 미국은 언어적으로 연결된다.
    그리스의 끼릴 문자는 훗날 러시아 문자의 모태가 된다. 또한 서기 988년 끼예프루시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그리스정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그리스어는 러시아어에 상당량 혼입된다. 그리스와 러시아는 언어적으로 연결된다.
    둘째로 종교다. 로마의 기독교는 오늘날 미국의 기독교로 이어진다. 그리스정교는 러시아가 받아들여 러시아정교가 된다. 그리스와 러시아는 종교적으로 연결된다.
    셋째로 필자만의 표현인데 '대체 가능성'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는 같은 실체를 각각의 언어로 표현한 것들이다. 더 오래된 그리스 문화를 로마가 받아들여 로마 문화가 그리스 문화를 모체로 성장했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어쨌든 그리스 문화와 로마 문화는 실체를 공유한다. 우리가 그리스 신화나 로마 신화를 별개로 취급하지 않고, 그리스 로마 신화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이유다.
    그리스 문화로 로마 문화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 그처럼 미국 문화와 러시아 문화도 비슷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세계라는 실체는 하나인데, 미국은 미국식으로 러시아는 러시아식으로 이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알고 보면 같은 얘긴데, 그 두 주체는 자기만의 표현을 고집한다.
    러시아의 도로에는 러시아어로 '스톱'이라고 써 있다. 영어 'STOP'이 아닌 러시아어 'CTOП'이다. 이때 '스톱'은 영어인가, 러시아어인가. 같은 '스톱'을 놓고 한쪽은 영어, 한쪽은 러시아어를 쓸 뿐 실체는 같다.
    이를 종합해 필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미국은 로마, 러시아는 그리스라고 전제하니 세상 읽기가 편해졌다. 학문적으로 이게 맞네, 저게 맞네 따지자는 게 아니다.
    복잡다단한 이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큰 틀을 가지면 훨씬 살아가기 쉬워진다.
    이러한 틀은 저절로 생겨나지도 않고, 스스로 만들어 갖기도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틀을 갖게 되면 세상에 대해 자신만의 지름길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그런 취지에서 쓰고자 한다.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을 함께 가져보자는 것이다.
    지름길로 가는 틀을 통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세상을 이해하며 살아간다면 분명히 좋은 일일 것이다. 운용 도중에 오류가 발견되면 수용하고 고치면 된다.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틀리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의 정신이다.
    문제가 있는 틀은 고쳐 쓰고, 고치기 어려우면 새 틀을 만든다. 현재까지 나의 '미국은 로마, 러시아는 그리스' 공식은 깨어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 우리는 조금도 알지 못한 체 살아간다.
    외신을 받아들이는 채널 자체가 영미권 중심이라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영미권의 시각을 고스란히 수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라 러시아에 대해 다룬다는 것 자체가 민감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러시아라는 나라가 아니라 동구권 또는 슬라브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고,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더 나아가 동구권에 대해서도 더욱 모른다.
    그래서 <러시아 오리지널> 시리즈를 시작한다. 슬라브권, 동유럽권에 대한 이해를 넓혀보자는 취지다.
    앞으로 이 시리즈는 러시아의 역사, 지리, 문화, 예술, 언론,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로 한다.
    필자는 고려대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했고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문위원 김수한

    동국대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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