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이상현
2024.10.16 13:34미국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반도체 공급망 재편 위한 사전 포석
미국·일본·대만·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 다수가 “중국이 시진핑 3기 집권이 끝나는 2027년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7년 14.2%에 이르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024년 현재 4.7%대로 주저 앉는 등 고속 성장이 주춤하면서 민심 이반을 염려한 중국 공산당이 민심 수습과 국론 결집을 위해 나라의 숙원이던 ‘대만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다는 시나리오다. 그해 7월1일이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고, 같은 해 10월 시진핑 4기 출범을 위한 중국공산당 21차 당 대회가 개최되기 때문이라는 게 중요한 이유다.
2028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분리 독립을 주창하는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이 연임에 성공하거나 더 강경한 반중 독립론자인 샤오메이친 부총통이 권력을 이어받으면 대만 통일이 더 어렵게 되니, 2027년에 끝장을 본다는 설명도 이채롭다. 중국이 의회 소수파가 장악한 대만 반중 정부의 독립운동을 막으려 미국이 개입할 ‘대만 통일전쟁’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는 한국에서도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2년 앞 꿰고 있는 미국의 막강한 정보력?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교수는 15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미 중앙정보국(CIA)과 인도태평양사령관, 미 해군참모총장 등이 모두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예측했다. 미국의 정보력에 입각한 경고를 절대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3개월 전부터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했고,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일주일 전부터 경고했었다”고 덧붙였다.
과연 미국의 놀라운 미래 예측력의 결과물일까. 러시아는 “미국의 막강한 정보력”을 다른 맥락으로 설명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유엔헌장과 민스크 협정(2회), 제네바협약 4조(민간인 보호)를 무시하고 돈바스 지역 친러 민간인들을 살륙한 데 대해 국제사회의 정당한 개입을 촉구했다. 실제 개전 3개월 전인 2021년 12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유럽 안보보장 협정 초안’을 제시하며 돈바스 사태 수습 공조를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를 무시했다. 한 달 뒤인 2022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미 언론들은 러시아가 2월15~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적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이 예측한 날짜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 곧바로 우크라이나의 포격이 시작됐고, 러시아 언론 매체들은 최초 80여 명의 돈바스 주민들이 사망한 소식을 전했다. 민스크협정에 따라 돈바스 지역 휴전을 감시하고 있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데이터를 인용했다. 러시아 군대는 “민간인 공격 금지를 명시한 국제법에 따라 2022년에 돈바스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식적 수순, 비상식적 판단 근거가 막강한 정보력의 실체
지난 10월1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도 ‘뛰어난 정보 역량’이 굳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치국의장 이스마일 하니예를 자국 영토, 그것도 철통같은 이란 혁명수비대 건물에서 암살한 사건에도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 후 “미국과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만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레바논과 가자의 휴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속였다”고 말했다.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역시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가 9월 27일 협상중 급습을 당해 최후를 맞았다. 주요 무력 수장을 잃은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직접적 계기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은 탄핵 여론에 휘말렸다. CIA의 ‘뛰어난 정보력’이 아니었더라도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지용 교수는 ‘미국의 탁월한 정보력’ 이외에도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꺾인 데 따른 인민들의 불만이 적극적으로 표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누그러뜨리고 민심을 모으는데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공 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자가 “(성장률이 둔화됐더라도) 중국은 이미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세계 1위가 됐고, 대만의 중국 경제 의존도도 높은데 굳이 중국이 미국과 맞서는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까”라고 질문하자, 이 교수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무려 25%”라며 중국 경제의 위기적 징후를 거듭 강조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지난 9월 20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8월 16~24세 중국 청년 실업율은 18.8%로 나타났다.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취업하지 않은 비율이 18.8%인 점이 중국경제의 위기 징후라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중국 25~29세 청년의 실업률은 6.9%, 30~59세는 5.9% 수준이다.
뛰어난 정보력의 실체는 바로 “직접 만드는 미래”
일본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은 ‘미국의 뛰어난 정보력’에 따른 예고가 아니라 기존 사례와 마찬가지로 ‘희망적 사고’를 반영한 적극적 도발 의지로 해석한다.
카미쿠보 세이토 리츠메이칸대학 교수는 “대만 침공으로 중국보다 미국이 얻는 게 크다”며 대만 침공을 가장 바라는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중국과 대만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무력 침공은 중국 경제에도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군사력이 약화돼 자폭, 자멸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지구촌 단일 패권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앞서 “1945년부터 오늘까지 세계는 사상 유례 없는 평화로운 시대를 구가해 왔지만 향후 미국의 우위가 무너지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실제 중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역으로 ‘2027 대만 침공설’을 퍼뜨리면서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부추기는 정황이다. 중국 정부가 무력에 의지하지 않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날로 성장하는 인민해방군 전력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대만의 친미정권을 꼬드겨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도록 도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만의 반중 권력 수반인 라이칭더 총통은 최근 ‘대만·중국 양국론’을 거론하고 건국기념일(쌍십절) 주권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중국 외교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했다. 2023년 4월 차이잉원 당시 총통이 방미, 케빈 매카시 당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했다. 친미 반중 라이칭더 총통 취임 계기를 포함해 이런 계기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해협 주변 군사훈련이 있었고, 서방은 이를 중국의 대만침공 징후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중국 약화 시키기가 미국의 본심…”자폭, 자멸하면 더 좋고…”
중국이 끝내 대만을 침공하지 않으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 예상 시나리오에 미국의 본심이 담겨 있다. 미국 정부는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대만의 TSMC 반도체 공장을 미국 본토에 유치하고 있다. 자국의 유력 정보기술 플랫폼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필수 반도체 자국내 제조를 준비하는 차원이다.
결국 미중전략경쟁 상황에서 공급망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는데 대만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에 미리 밑밥을 까는 차원에서 등장한 것이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김지용 교수는 이런 자초지종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가 되고 있는데, 군사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반도체 공급망”이라며 “2030년 이후 중국은 공급망에서 아예 배제가 될 것인데 그러면 (미국과의) 군사기술 초격차를 아예 추월하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탈동조화(decoupling)를 핵심으로 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이 성공해 중국이 필요로 하는 첨단반도체를 아예 조달 못하게 되는데, 그 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미국의 시도를 막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수 반도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도 있기 때문에, 돈 많은 중국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이 배타적으로 형성되더라도 자체 기술로 첨단 군사용 반도체를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TSMC는 물론 삼성, SK하이닉스, 심지어 미국의 마이크론도 중국의 반도체 시장을 버리고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하다. 결국 미국과 김 교수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계기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EPA 연합뉴스) 대만 건국기념일인 지난 10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 나부끼는 대만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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