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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확장 꾀하는 나토, 정작 유럽은 반러 정책 이탈 중

    전문위원 이상현

    2024.10.18 14:04
    아시아 확장 꾀하는 나토, 정작 유럽은 반러 정책 이탈 중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최근 일본과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처음 자신들의 회의에 불렀다고 밝혔다.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설립’을 주창해온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도 즉각 맞장구를 쳤다. 조현동 주미한국대사는 미국 싱크탱크 세미나에 참석,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전쟁에 참전했다는 주장에 대해 “한미 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함께 대응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러간 군사협력은 인도·태평양과 유럽·대서양 간 안보가 얼마나 상호 연관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북러간 무기 및 병력 협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부정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주도할 ‘집단 서방(collective western)’의 핵심국가들이다. 사실 나토 입장에서 두 나라 이외에 아시아에서 또 누굴 부를 수 있는 나라를 찾기 어렵다. 대만을 거론해 중국을 자극하는 일을 할 리도 만무하다.

     

    분열하는 유럽…“대러 제재 연장은 전쟁 연장 의미” 

     그런데 나토 지도부가 아시아를 기웃거리는 동안 정작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와의 접목은커녕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아일랜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군사적으로 중립을 유지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대러시아 비핵 억제 패키지 등을 뼈대로 제시한 이른바 ‘승리 계획’을 강조한 데 대한 서유럽국가의 반응이었다. 

     또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책임자가 우크라이나에 350억 유로(3800만 달러 이상)의 대출상환용 담보를 확고히 보장하기 위해 러시아 해외자산 동결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하자고 제안했지만 부정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의 자산 동결을 6개월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저항이 있어 불가능하다”고 유럽이사회 회의에서 말했다. 

     헝가리는 리투아니아 총리가 언급한 ‘일부 EU 국가들’의 대표격이다. 피터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헝가리는 러시아의 해외 자산 동결을 36개월로 연장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근거는 분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해외자산 동결 기간 3년 연장은 다름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을 3년 더 지속하자는 주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네오콘의 장학생들, 유럽의 궁핍 부른 그들

     비서방진영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책임자, 독일 녹색당 출신의 베어복 외무장관 등은 ‘미국 네오콘의 장학생’으로 불려왔다.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유럽 전체와 EU 개별 회원국들이 입은 막대한 피해를 무시하고 출혈적, 자해적 대러 공격과 경제 제재를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러시아 파이프라인가스(PNG)를 주변 시세보다 최고 60% 가량 저렴하게 사용하고 세계 최대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곡물을 싼값에 수입해왔던 유럽으로서는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과 곡물가격 급등으로 심각한 고통으로 내몰렸다.

     저렴한 러시아 천연가스의 최대 수혜자였던 독일은 최근 러시아에 대화를 제의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직접 “유럽 평화 정착을 위해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위한 독립적 대화는 ‘이론적으로’ 필요하다”면서도 “불가능하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EU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파괴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허용하고, 러시아 해외자산을 동결한 뒤 그걸 담보로 우크라이나가 빚을 갚도록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반러 정책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이들이 독일 출신 정치인들이다. 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독일과 평화협상을 갖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독일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다.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4국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 내 친러 민간인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민스크 협정 당사국들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임기를 마친 뒤 ‘민스크 협정은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취지로 털어놨다.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취지로 고백했다.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결정하자는 유럽 분위기 

     반러 일변도인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EU 회원국들은 EU의 반러 정책들을 11월5일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까지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반러 정책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EU가 반러 정책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 바뀐다고 서방의 반러 정책이 하루 아침에 친러 정책으로 뒤바뀔 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미국의 대선을 지켜본 뒤 대러 제재 프로그램이 결정돼야 한다는 헝가리의 주장은 흥미롭다. 미국이 유럽에 얼마나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주도하는 브릭스는 미국의 단일패권을 부정하고 다극화 시대를 예고한다. 달러 단일패권이라는 경제통상적 이해관계가 대전환의 핵심 부문이다. 유럽 강대국들조차 이런 의제에 동공이 흔들린 지 오래다. 심지어 아시아 우방인 일본과 한국도 바보가 아닌 이상, 미국의 약화 조짐을 놓칠 리 없다. 

     다극화의 선봉부대가 될 브릭스의 경제적 리더 중국은 드러내놓고 미국의 취약한 논리를 파고든다. 이미 물가와 환율을 모두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국내총생산(GDP)’ 부문에서 중국이 압도적 세계 1위를 점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7일 “우크라이나에 전례 없는 군사 지원을 해온 미국이 러시아와 정상적 무역 관계를 이어온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 이중 기준이며, 극도로 위선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밝혔다. 줄리안 스미스 나토 주재 미국 특사가 “저울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놓았다”는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고 발언하자 낸 논평이다. 스미스 특사가 “이중 용도 부품을 러시아에 은밀히 공급하고 있다”고 했는데, 류 대변인은 ‘미국은 노골적으로 무기를 지원해도 되고,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을 다해 투명하게 군수품을 수출하는 건 문제냐’는 취지로 반박했다.

     

    누가 미국의 대리전쟁을 수임할 다음 주자가 될 것인가?

     지구촌 금융시장도 최근 미국과 유럽의 흔들리는 우정과 위선을 냉정하게 비웃고 있다. 비트코인은 9만 달러를 회복했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과 금은 달러 가치가 불안할 때 치솟는 특성이 있다.

     미국이 과연 중국과 전략적 경쟁자 위상을 유지할 지도 의문이다. 전쟁 없이 중국과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왕따 시키려면 돈이 많이 든다. 동서고금, 미국이 발언했을 때 박수 쳐주고 호응해주려면 수월찮게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미국 정부도 돈이 없다. 달러를 더 찍자니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쟁 밖에는 미국의 선택지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본 지구촌 각국이 순순히 미국의 대리전을 수행해 줄지 미지수다. 미국은 그래도 젤렌스키의 우크라이나만큼 부패하고 무책임한 정치체제가 장악한 나라가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찾고 있다. ‘사익을 위해 공익(국민의 목숨)을 갖다 바치는 사회 지도층이 많은 나라'일수록 우크라이나-가자-레바논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전쟁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EPA 연합) 마크 뤼터(왼쪽) 나토 사무총장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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