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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목표는 G7인데 국익은 브릭스에...혼돈 바로잡아야

    전문위원 이상현

    2024.10.25 15:42
    한국, 목표는 G7인데 국익은 브릭스에...혼돈 바로잡아야

     “G7 가입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착실하게 명분과 실적을 쌓아가는 축적의 과정이기 때문에 서두른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이 아니다.” 

     박인국 전 유엔대사가 최근 한 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G7 모임은 1973년에 터진 오일쇼크 여파로 지구촌이 공급 측면에서 초래된 경기불황에 빠지면서 시작됐다. 처음부터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산업국들의 모임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주도로 결성됐다. 요약하자면, G7은 당시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서아시아 등 산유국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최고 잘 사는 나라들’이 만든 모임이다. 서독과 프랑스, 영국 재무장관이 처음 회담한 곳이 바로 백악관 도서실이다. 미국의 이해관계가 나머지 3개 선진국들과 맞닿아 있고, 이들 선진국 이외의 산유국들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들은 완전히 대상화 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G7은 결성 이후 1975년 첫 정상회담을 시작해 지난 2023년 일본 히로시마 정상회담까지 꼬박 49회 연례 정상회의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구촌 전역에서 발생하는 대소사를 선진국의 눈으로 보고, 선진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 충실한 해법을 제시해왔다. 어떤 다른 나라들도 이 최고 부자이자, 강국이며, 인권과 규칙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원로 지도자 국가들의 지시를 거역하기 어려웠다. 반대하면 “너희는 못 사니까, 약하니까, 인권을 모르고 규칙 기반 정치의 전통이 짧으니까”라는 질타가 가해졌기 때문이다. 5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이런 질타는 G7 이외의 국가들에게 거스를 수 없는 ‘자기 암시’가 됐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준수하는 철칙이 됐다.

     선진국, 특히 미국은 유엔이라는 공식 국제기구가 선진국들의 이익을 전면적으로 보장할 수 없음을 깨닫고 언젠가부터 유엔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선택적 조직으로 위상을 깎아 내렸다. 유엔의 이름으로 마련된 각종 협약과 기구 등 일체의 프로토콜의 위상과 효력 역시 미국 중심의 서방국가들에 이익이 될 때만 권위를 인정받았다. 

     

     비서방 국가들은 미국 중심 선진국들의 이익이 자신들이 속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이른바 지구촌 남반구(Global South)들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G7의 확고한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각종 장치들이 이런 깨달음과 반발을 호락호락 허용하지 않았다. G7을 확대한 정치클럽인 G20과 전 지구적 국제기구로 인식되도록 자리잡아온 선진국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그 장치들이다. 비 G7국가들은 선진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장치들을 모아놓은 공식 플랫폼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면서 선진국 프레임을 벗어난 입장을 표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브릭스(BRICS)는 이런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에서 배태됐고, 올해까지 16차례의 연례정상회담을 가졌다. 처음부터 G7처럼 ‘선진 7개국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국가들을 대상화’ 하는 국제기구가 아니었기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발제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 기구의 의제 설정이 분명해진 시점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역 특별군사작전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무기 지원과 러시아에 대해 파상적인 경제제재를 가했다. 탈냉전기 러시아가 교역을 위해 조성해온 해외계좌까지 동결, 그 자산 이익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실로 경악스런 조치들까지 제재에 포함됐다. 

     

     브릭스 회원국들과 회원 가입 신청국, 기타 참관국들이 바로 이런 장면을 지켜봤다. 그동안 보편적 지배구조(거버넌스)를 표방하며 포용의 이미지를 강조해왔던 미국과 집단 서방이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배타적인 이익을 내세우는 모습을 눈 앞에 목도한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단극 패권’이 언제 자국의 이익을 짓밟을 지 모른다는 우려가 브릭스로 결집하게 만들며, 브릭스 정체성을 급격히 부각시킨 셈이다.

     

     브릭스는 그러나 G7이나 G20,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에 맞서는 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표방한다. 특정 국가의 이익을 구심으로 뭉친 결사체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표현으로는 “어떤 단일 국가도 이끌거나 이끌리지 않는 컨소시엄”이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브릭스는 EU처럼 관료적 메커니즘이 없으며, 회원국 의지와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U가 회원국들의 당면 과제 해결 대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위한 모금 등 전쟁의 장기화로 결국 회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자해적인 조치에 몰두했다고도 지적했다. 녹색당 출신인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독일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독일 유권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모든 사람에게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을 사례로 들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와 달리 브릭스는 어떤 국가의 희생도 강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릭스가 인위적 목표를 부과하지 않으며 어떤 국가도 봉쇄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 어떤 단체에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집단 서방을 제외한 브릭스가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브릭스가 누구와 싸우거나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G7과 브릭스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은 간단치 않다. 간단히 말해 ‘목표는 G7’인데, ‘처지는 브릭스’다. 

     먼저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맹목적인 G7 체제 추종’ 생각으로 가득하다. 2024년 현재 한국에게 G7은 이유와 목적을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할 절체절명의 목표 그 자체다. G7의 역사와 위상을 따질 필요조차 없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신의 실력이나 처지와 무관하게 전교 10등 안에 들고자 하는 것처럼 당위적이고 맹목적인 숙원일 뿐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소속의 한 연구위원은 지난 5월 “한국이 (G7도 아니라) G7+자격을 갖추는 것을 일본이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지지하자”고 제안했다. 함께 행사에 참여했던 친일 보수 인사들까지 이 말을 주워 담으려고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딛고 있는 땅은 브릭스 세력들과 같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관훈토론에서 10월 러시아 카잔 브릭스 회담에 대한 한국의 견해를 묻는 <스푸트니크>의 질문에 “경제 측면, 경제외교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국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안보 동맹, 중국과는 경제 협력 속 경쟁 관계인데, 국익을 위해서는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어느 한 쪽, 한 나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위험하니까 다변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한국은 스스로 처한 상황과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게 너무나 많다. 객관적인 처지는 불가항력적으로 주어졌다는 점에서 상수이고, 지향하는 경우의 수는 3가지다. 뭔가에 세뇌돼 남의 지향을 자신의 지향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첫 번째다. 두번째는 처지를 잘못 파악해 잘못된 지향을 하고 있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처지를 잘 파악하고도 일부러 예외적인 지향을 표방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살아남기 위한 지혜로도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진짜 처지를 깨닫게 되면 지향을 바꿀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남아 있다. 정말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첫 번째 ‘세뇌된’ 경우다. 무릇, 자기 몸과 미래는 오롯이 자기 뇌로 판단하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

     

    (사진=타스 연합)  안토니오 구테흐스(왼쪽) 유엔 사무총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볼시예 카바니의 카잔 엑스포 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2024년 BRICS 정상회의 부대행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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