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이상현
2024.10.30 17:22중국은 전략적 경쟁 상대인 미국이 대만을 앞세워 군사적 충돌을 감행해 올 경우 달리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며 충돌을 회피하는 노력을 보이는 한편, 역내 긴장 요인을 최대한 지렛대로 삼아 군사대국으로 발돋움 하는 ‘양수겸장’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2027년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 대만이 이런 시나리오에 맞게 실제 미국 무기 확충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브릭스 시대 소프트 파워 강화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미국 공격무기 대거 들여와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대만군은 올해말까지 미국으로부터 최초의 F-16V 블록70 전투기를 인수할 것이며, 나머지 65대의 전투기를 2026년까지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1911년 10월 10일 중국 신해혁명의 시작으로 중화민국 건국의 기점이 되는 우창 봉기를 기념하는 국경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대만 외교부는 “혁명으로 청나라가 무너지고 중화민국 건국이 선포된 국경일 당일 외국인 고위 인사 180여명이 대만을 찾았다”고 이날 밝혔다.
중국은 하루 뒤인 11일 대만에 무기를 공급한 혐의로 엣지 오토노미 오퍼레이션과 헌팅턴 잉걸스 이더스트리, 스카이디오 등 미국 기업 3곳과 미국 시민권자 10명에 새로운 제재를 가했다. 또한 사흘 뒤인 14일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전역을 포위하는 성격의 ‘연합 리젠(利劍·날카로운 칼) 2024B’ 훈련을 시작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22일에도 푸젠성 핑탄현 뉴산섬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24~25일에도 실사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남부 전구 사령부 해군의 호위함 분견대가 방공 및 미사일 요격, 대함 공격 및 선박 피해 통제에 대한 전체 훈련과 평가를 실시했다”고 공개했다. 훈련에는 중국 선박이 포격을 받는 상황에서 바다와 공중에서 목표물에 공격을 가한 다음 적대적 행동의 선박을 수색 및 공격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중국 대만 포위 군사훈련 빈도, 강도 높여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민해방군 로켓군 여단을 방문, “전쟁 준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14일부터 22일 사이에 이뤄진 대만지역 군사훈련에 시 주석이 직접 나서서 ‘전쟁’까지 언급한 것은 중국이 대만해협 긴장을 단순한 역내 골칫거리로 여기는 게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지정학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러시아와 우주, 해양 등 전략적 견지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대만이 정녕 미국의 대리전 주자로 나선다면 대만해협에서 그동안 크게 강화해온 실제 군사적 위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전략적 군사협력 강화
전략적 협력 파트너는 당연히 러시아다.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장위샤 중국 중앙군사협의회 부위원장과 만났다.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정세와 양자 협력 전망에 대해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양국 군사 지도자들은 국제 정세 인식과 대응 개념에 대한 평가에 완전히 동의했으며, 현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통된 이해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장 부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군대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중국 해양경찰과 러시아 연방보안국 고위대표가 지난 25일 만나 2차 회담을 갖고 해상에서 양국 협력 확대 및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대표들은 2024년 협력 결과를 검토하고 해상 법집행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양해각서 체결 이후 달성한 긍정적 결과에 주목했다. 양국 대표는 “부서별로 조직된 첫 번째 훈련과 합동 순찰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고 자평했다.
미국, 필리핀 동원해 중국 괴롭혀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엄포를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전략적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을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은 11월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를 최대한 괴롭혀 외교정책의 기조를 수립하는 대선 후 6개월 동안 그 괴롭힘의 결과를 반영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여러 이유로 이 과정에 유럽 강국들이나 일본, 심지어 영국이나 캐나다, 호주와 같은 앵글로색슨 국가들도 잘 협력하지 않는 점을 고려, 과거 식민지였던 필리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몇몇 소국들, 동아시아 군사동맹국 한국 등 우방국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우선 필리핀을 통해 남중국해 군사인프라를 보강, 해역에 해군 기지와 티투섬 비행장 등 공군 자산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비행장을 1.5km로 확장하면 화물기와 같은 대형 항공기가 착륙할 수 있다. 필리핀은 미국과 더 많은 합동훈련을 벌이고 군함과 항공기, 레이더 확보를 위한 협정에 속속 서명하고 있다. 중국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래로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공세가 더해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이런 필리핀의 태도가 남중국해 지역개발을 저해하고 분쟁 가능성 등 적잖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리투아니아, 한국도 미국 우방 역할 충실히 수행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도 미국이 어려울 때 적극 활용하는 카드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자국내 ‘대만’이라는 명칭의 사무소 설립을 허용하는 등 대만과의 협력 관계를 지속 강화해 왔다. 당연히 중국의 미움을 샀다. 중국은 리투아니아 대사관을 대리 수준으로 격하시켰고, 리투아니아 물품 수입을 제한했다.
리투아니아는 최근 러시아를 고립, 무력화 시키기 위해 한국을 꼬드기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한국도 적극 화답하고 있다. 조나스 오만 리투아니아 비정부기구(NGO) 블루/옐로 대표는 28일(현지시각) 현지 공영방송 <LRT>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25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이미 북한군과 첫 전투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해왔다. 한국 언론 매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북한군이 교전 중 대부분 사망했다”고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과 서방 언론에 북한 파병의 증거로 제시되는 영상과 사진에 대해 “뭘 모방한 것 같은데, 진짜 사진이라면 심각한 일이겠다”며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와 문화예술 협력 노력 본격화
문화예술 등 소프트 파워 역시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있다. 지난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중국영화제를 열고 유명 중국 영화를 상영하는 등 각종 문화 컨텐츠 교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보리스 티토프 ‘러중 우호・평화・발전위원회’ 러시아측 위원장은 “중국 배우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에서 이탈리아인의 놀라운 모험>이라는 영화를 함께 다시 제작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브릭스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지난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와 중국의 공동 영화 제작 개발에 관한 각서를 준비하라”고 주무장관들에게 각각 지시했다.
이밖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중국이 20세기 후반에 존재했던 ‘인터비전’과 유사한 국제노래축제를 만들려는 러시아의 아이디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념적 동기부여가 강조되고 편향된 서방의 오스카상, 유럽의 유로비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유라시아 영화 및 노래 대회를 대안으로 개최하려고 준비해왔다.
(사진=신화통신 연합)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이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핀란드 대통령 알렉산더 스텁을 만났다.
소통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