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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사진 함께 찍은 트럼프와 머스크…MAGA 대전략

    전문위원 이상현

    2024.11.13 11:21
    가족사진 함께 찍은 트럼프와 머스크…MAGA 대전략

     지난 11월8일치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종이신문의 1면 편집은 사뭇 파격적이었다. 일론 머스크 가족과 트럼프 가족이 함께 트럼프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함께 찍은 양가 합동 가족사진을 신문지 1면 상단부 전체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FT>가 작심하지 않고 모이기도 쉽지 않았을 양가 가족 17명의 단체사진을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 된 날 1면 머리에 앉힌 이유가 뭘까. 양가, 정확히 두 남자의 관계가 미국 사회와 지구촌에서 갖는 함의가 너무도 각별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사업 현황과 분포를 보면, 이 천재 사업가가 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으며 트럼프는 그와 어떤 전략적 연대의 포석을 가져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위성 인터넷 사업과 우주선 사업, 도지코인, 전기차, X(옛 트위터) 등이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를 가늠케 해주는 주요 사업들이다. 비록 4년 임기로 끝마칠 트럼프의 마지막 집권기이지만, 두 남자가 미국의 미래를 위해 미국 정가에 심어놓으려는 새 유전자가 비교적 뚜렷이 보인다. 바로 바이든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가 질질 끌려다닌 ‘관료주의’를 뿌리뽑고 자본주의 4.0을 착근시키려는 목표다.

     

    전쟁 인프라 지원했던 머스크, 멈출 열쇠도 쥐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른 시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반적이다. 그는 대체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친구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전화 한 통이면 전쟁도 멈추고 핵무기 개발도 완화시킬 것이라는 압축된 메시지를 반복해서 표명했다. 그냥 허풍쟁이일 리 없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는 데 미국의 권위는 물론 무기(재정) 지원, 기타 물리적 인프라 지원 등을 모두 움직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른 군사작전과 마찬가지로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역 특별군사작전에서도 러시아는 주요 지휘통제체계인 C4I를 장악하고 있다. C4I는 지휘(Command)와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telligence)의 머릿글자를 모은 군사 약어다. 

     

     당연하게도 러시아는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통신망, 특히 인터넷망을 파괴했다. 요즘 전쟁에서 인터넷통신망이 없다는 것은 미사일은 물론 대구경 화포사격조차 어려워지는 ‘포병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포탄이 떨어질 위치 좌표를 식별해 포병부대에 알려줄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파괴된 우크라이나 통신망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제공, 위성 인터넷 사용을 지원했다. 여러 저궤도 위성들로 구성된 거대 위성망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망이 닿지 않는 지상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속도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 머스크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셈이다. 

     

    위성 인터넷 위해 필요했던 우주선…관료가 꿈도 못꾸는 방식

     스타링크는 2018년부터 위성 약 3000기를 우주에 띄웠다. 스타링크 위성을 한번에 수십 개씩 싣고 우주에 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우주선이다. 우주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료주의가 미국의 우주 리더십을 망쳤다고 본다.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 심지어 인구 최강국으로 부상한 인도 역시 앞다퉈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는데 정작 인류를 달에 가장 먼저 보낸 미국은 뚜렷한 선도적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이는 큰 돈, 특히 재정이 들어가는 우주 개발 분야를 감당할 만큼 미국 정부의 재정이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많은 안보 요인 때문에 국가가 감당할 우주개발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처지다. 재래식 무기와 해외병력 주둔, 끊임 없는 전쟁에 기대 온 고위 군관료집단이 재정 적자를 누적시켰고, 누적된 재정 적자가 우주 개발의 발목을 잡았던 터. 이에 관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자본과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머스크는 유인 우주선을 상용화 해서 대기권 밖에서 우주 유영을 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을 이미 실증해 보였다. 조만간 세계의 부자들은 안전하게 대기권 밖 우주 공간을 유영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주 셀카 사진을 올릴 것이다. 설령 그 비용이 한국 돈으로 수억 원이 되더라도 서민들이 KTX 특실을 타는 돈 정도로 여길 부자들이 즐비하다. 이렇게 재정(조세 및 예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우주 개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머스크는 매출과 이윤을 위해 관료들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속도와 방식으로 파격적인 우주 개발 성과를 낼 전망이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국가화 하기 위해 관료들과 앞으로도 많이 싸우겠지만, 아쉬운 쪽은 이제 관료들이다.

     

    탈달러 추세 속 재정적자 해결사로 가상화폐가 급부상

     미국은 사실 이미 핵고도화(우주기반 핵무기 운용)라는 큰 그림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를 본 상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징후를 미리 관측하고 우주공간에서 빛(레이저)의 속도로 요격할 수 있는 개념이다.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 핵 등 대량살상무기 전체를 아울러 우주 공간에 무기를 배치하지 말자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냈지만, 미국은 반대했다. 그런 뒤 먹고 살기 바쁜 지구인들이 알아채기 힘들게 핵무기를 제외한 무기는 우주에 배치하려는 방안을 일본과 함께 추진 중이다. 만장일치가 필요한 유엔 안보리 대신 다수결로 채택하는 유엔 총회를 거친다는 게 미국 의도의 또다른 핵심이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우주 주도권을 가질 명분과 법적 프로토콜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우주 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국채 이자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게 현실이다. 브릭스 국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재정은 2024년에 국채 이자만 1조 달러인 시대에 접어들었다. 에너지와 곡물 등 지구촌 경제 비중이 큰 브릭스 회원국들이 교역 때 달러를 쓰지 않기로 하면서 지구촌 전체의 달러 수요가 감소하고 그만큼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물론 13일 현재 달러당 1400원에 이를 정도로 원화 가치가 하락한 한국은 이런 추세가 낯설어 실감하지 못하거니와 그 함의를 따질 겨를도 없다. 

     하지만 지구촌 차원에서 보면 탈달러(de-dollarization) 추세가 뚜렷하다. 당장은 무역 결제에 국한되지만, 무역 결제에서 달러를 쓰지 않는 비중이 높아지면 현물 거래가 외상 매출채권 등으로 진화, 언젠가 자본 거래에도 달러 수요가 줄어든다. 지구촌에서 달러 수요가 급감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화 표시 미국 국채 수요와 가격이 하락, 국채수익률, 곧 시장지표금리가 급등한다. 달러는 안전 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엔화나 위안화 등 다른 외환들이 대안적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며, 금과 비트코인 값도 치솟는다. 

     

     이 대목에서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주도해 만든 도지코인을 떠올리게 된다. 도지코인은 가상화폐의 기축통화격인 비트코인과 변동환율로 교환되는 ‘알트코인’이다. 머스크의 각종 사업 덕분에 꽤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10% 올랐던 12일 도지코인은 19%나 올랐다. 

     

    가상화폐로 미 국채 매입, 나라빚 갚고 국책사업 재원도 마련 

     머스크 사업 중에서 가상화폐가 등장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세금을 걷어 재정 적자를 해소하는 게 상식이지만, 지금 미국은 다른 파격적 실험을 구상중이다. 바로 일론 머스크와 같은 가상화폐의 큰 손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사주는 방안이다.

     런던대 경제학 박사인 이종은 세종대 교수는 12일 니어재단이 개최한 ‘미 새 행정부의 세계전략과 한국의 대응’이라는 특별 포럼에서 “가상화폐 큰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가상화폐로 스테이블코인이나 미국 국채를 매입, 미국의 엄청난 재정적자를 흡수해 줄 전망”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큰 손들이 미국 국채를 사주면 미 국채 가격과 시장 금리가 안정되면서 투자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 미국 국채 수요가 증가해 채권금리(국채수익률)는 떨어지고, 이에 따라 시장 금리도 내려가는 이치다. 미국 재무부는 자신들이 발행한 채권 값이 올라가니까 같은 조건에서 손쉽게 빚(국가채무)을 갚을 수 있다. 당연히 국가가 갚아야 할 총 원리금 부담이 줄면서 재정 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이런 식으로 지구촌 금융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옛날만큼 기축통화의 영광에 기대지 않는 가운데 통상부문에서 무역 적자 해소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을 지렛대로 비트코인이 아닌 도지코인을 활용한 것은 가상화폐 생태계 개척자이자 시장개척자 역할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 주도로 시세를 유도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자산관리 방안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더 절묘하다.

     함께 가족사진을 찍을 정도로 의기투합한 머스크와 트럼프의 메시지, 시대정신은 분명하다. 우선 ▲미국의 비합리적이고 구시대적 패권이 끝났음을 인정하고 ▲비효율과 부패, 불평등의 근원인 관료주의를 척결 ▲새로운 화폐경제를 주도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어되는 우주와 인터넷, 전기차 등으로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 외교 전 영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곧추 세우는 것이다. 트럼프는 바이든, 민주당에 맡겨둔 결과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국익까지 모두 잃었다고 본다. 이에 머스크와 손잡고 명성과 체면까지 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 단일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사진)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8일치 종이신문 1면 머리에 트럼프 가족이 마라라고 별장에서 일론 머스크 가족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실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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