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주은식
2024.11.18 10:17지난 미국 대선 결과가 밝혀진 11월 5일 이후 바이든 정부의 힘과 기가 빠지고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듯한 기사가 언론에 도배되고 있다. 각축을 예측하였던 주류 언론은 소망적 사고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데 대한 반성 차원인지 세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각종 전망을 쏟아 내기에 바쁘다.
트럼프 당선인은 2기 정부의 정책을 담당할 진용에 그의 MAGA비전을 공유하는 인물들을 잇따라 깜짝 발탁하고 있다. 집권 1기 정책 실행 미진의 배경에 정책 추진 주체로서 인선 문제가 있었음을 자각했기에 내놓을 수 있는 파격적 인사다. 또한 총격 테러 등 안팎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큰 표 차로 이뤄낸 승리인 만큼 자신감과 책임감에 기반해 이뤄진 인사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정책 변화와 대외관계
트럼프 당선인은 70개국의 정상들의 축하 전화를 받으면서 세계의 패권국 예비 대통령의 권위를 만끽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클럽 토론에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과 평가를 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과 기대를 드러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가 이루어진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얘기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일론 머스크를 배석시킨 가운데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러우 전쟁 중 러시아와 미국이 대립한 가운데 두 사람이 통화한 것은 인상적인 사건이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트럼프 후보가 암살 시도를 당했을 때 민첩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보인 것이 인상깊었다”고 추켜세우면서 “그는 용감하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두 정상의 우호적 분위기 조성은 이들이 러우 전쟁을 끝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하면서 종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언론 보도들은 러우 전쟁 종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의 새 정부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이 이루어진다면 미러 간의 관계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언론에서 종전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많지만 실제로는 상황이 변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국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의 우호적 전화 통화 이후 종전을 향한 분위기 역시 가파르게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예측 가능한 종전 방식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는 인정을 하여 러시아에 넘겨주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유보하고, 오데사 항구는 봉쇄를 해제하여 통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에서 타협이 모색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에서 반격을 위한 공세가 격화될 것이며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군의 참전도 쿠르스크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우 전쟁 종전 가능성과 국제정치 동향
사실 이러한 정세 전망에 대한 민감한 바로미터는 증시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이후 국제 정세의 변화와 함께 러시아, 유럽,미국의 증시 급등을 보도했다. 거의 모두 활황을 구가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전쟁 종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쟁을 수행 중인 러시아 기업들 중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의 주식이 8% 이상 오른 것은 신질서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증표로 판단된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트럼프의 당선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세계 주식시장이 급등한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새로운 경제정책과 함께 국제관계의 변화,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개혁에 대한 청사진과 추진력은 임기 전반부에 피크에 달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책이 추진력을 얻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여 임기 전반부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로 정책과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동안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헤게모니 도전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와 더불어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미국민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즉 그러한 외교적 성과보다 경제 문제 등에서 큰 실책을 보여준 바이든 정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결과가 트럼프의 귀환을 불러왔다. 세계의 안보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하는 데 대하여 정작 미국민들은 큰 지지를 보내지 않은 것이다.
위기 맞은 미국식 민주주의, 사회통합 인류통합에 역행
미국이 세계 평화라는 미명 아래 노력했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봉착했다. 민주주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고 폭력의 배제 속에서 언론,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 법치, 관용, 인권 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 체제이다. 이러한 미국식 민주주의를 알렉시스 토크빌은 1830년대에 칭송을 했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부정선거 문제와 사법의 정치화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었다. 대내외 정책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부르짖은 바이든의 정책은 왜 낙제점을 받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했던 바이든의 정책이 왜 세계 도처에서 전통의 무분별한 해체 시도와 전쟁으로 결과되었는가하는 부분이다. 정당의 정치와 그를 통한 변화는 보편주의를 기반한 변화여야 한다. 정치의 목표중 하나가 사회통합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할수록 국제무대에서의 이념과 가치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강조할수록 권위주의가 약화되기보다 더 대립이 극화되는 역설적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양극단으로 갈등하며 분열된 이유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트럼프 시대, 위기 성격 있지만 기회로 만들어야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 11월 7일 임기 절반을 맞이한 시점에서 그동안의 국정혼선에 대하여 사과를 했는데 사과 자체도 문제지만 임기 절반을 돌고 나면 국정의 추진력은 전반기의 성과가 그 원천이 될 수밖에 없다.
변화는 언제나 위기적 요인과 기회적 요인을 갖고 있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우리 대통령실에서는 러우 전쟁 관련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을 보고 공격 무기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대화로 전쟁이 종결되려고 하는 마당에 지금 공격 무기를 지원하여 한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조치는 재검토돼야 한다. 입장 표명이 어려울 때는 침묵을 지키는 것도 견해 표명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국익에 반대되는 조치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외교는 유연함을 바탕으로 국가 이익을 실현하는 작업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내치에서 그 추진동력이 충분치 않다면 미국과 러시아발 국제 신질서의 의제에 대안을 수립하고 국익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으며 국정 추진 동력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흐름은 한국에게는 위기이기보다는 기회 요인이 훨씬 크다는 점을 인식할 때이다.
(사진=연합뉴스)지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달러화외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한국 등 7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에 포함시켰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 동안 환율 관찰 대상국이었다가 지난해 11월 제외됐지만 1년 만에 다시 지정된 셈이다. ‘트럼프 시대’에 대한 총체적 준비의 예고편 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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