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이상현
2024.11.27 12:37“2020년부터 우리는 네트워크에서 3000만 개 이상의 가짜 뉴스를 확인했습니다. 이는 계속 반복됩니다. 공황을 조장하고, 상품 부족 소식을 퍼뜨립니다. 인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는 데 인공지능(AI) 기술이 점점 더 많이 사용될 것 입니다.”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한 국제 연대 운동을 제안한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지역대화(Dialog Regions)’의 최고경영자 블라디미르 타박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AI 기술로 점점 더 정교해지는 가짜 뉴스 대응에 AI기술로 맞서고 있다”며 강조한 말이다.
‘지역대화’는 이날 모스크바 데르베네프스카야 소재 행사장에서 허위 정보 확산 문제를 논의하는 가짜 대화(Fake Dialogue 2.0) 통산 두 번째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65개국에서 1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러시아 미디어 <스푸트니크>와 <리아노보스티>를 운영하는 ‘로씨야 세고드냐’의 한국특파원 등이 참석했다.
러 주도 사실 확인 이니셔티브 출범
‘지역대화’는 이날 포럼에서 러시아 유력 통신사 <타스> 통신과 ‘국제사실확인협회(Global Fact-Checking Association, GFCN)’를 창설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타박 대표는 “러시아에서 딥페이크 공격 규모가 증가했다”면서 “우리 견해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GFCN을 구성, 사실 확인 기준을 통일하고 체계적 교육을 정의할 방침”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각종 뉴미디어 워크숍과 온라인 플랫폼 ‘다이얼로그 프로(Dialogue PRO)’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가짜 퇴치 도구를 정교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다.
언론인과 전문가, 전문가 조직들은 ‘책임 있는 사실 확인’ 강령에 서명하고 교육 및 규정 준수 점검을 받은 뒤 GFCN의 회원이 될 수 있다. 단체 뿐 아니라 개인도 가입할 수 있다.
앞서 타박은 10월 31일 GFCN 창설을 발표했다. 그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들, 견해와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가짜 정보를 반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협회 창설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GFCN은 특히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다국어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도 GFCN 이니셔티브에 적극 동참 약속
러시아 정부도 허위 정보가 적극 확산되는 상황에서 민간 조직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GFCN에 적극 동참을 약속했다. 세르게이 날로빈 러시아 외무부 정보언론부 부국장은 이날 포럼에 나와 “인터넷 어딘가에 가짜가 나타나면 우리는 팀을 만들어 번역, 분석, 대조한다. 대부분의 가짜는 서구 정부 조직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라질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때문에 포럼에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 축사만 보냈다. 그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글로벌 기업은 디지털 수단을 사용해 대중의 의식을 조작하고, 심리적 작전을 수행하고, 정보 주입 및 도발을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어 “이 모든 것은 모든 인류의 안전과 안녕을 위협하는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기”라며 “공동의 미래는 세계 공동체가 이런 위험에 저항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사실 확인이 있지만 실제로는 불쾌한 콘텐츠를 제거하고 서구 정보 의제를 부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정치적 주제에 관한 기사는 사건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과 함께 친서구적인 관점에서 쓰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유럽 주도의 사실 확인은 그 자체로 편향적”…러시아 주도성 본격화
안드레이 콘드라쇼프 이타르타스 사장은 “현행 세계에서 정보 공간의 주요 통제자라고 주장하는 조직은 미국이 창설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와 유럽연합(EU)이 창설한 유러피언팩트체킹기준네트워크(EFCSN) 등 단 두 개 뿐”이라며 “그들은 120개 이상의 국가를 다루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매우 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두 서방의 이니셔티브에 러시아의 정보 검증 도구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서방 자금으로 운영되는 두 플랫폼이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콘드라쇼프 사장은 “우리가 만들고 있는 GFCN의 통합 플랫폼에서는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가짜 정보를 검증하는 우리 도구와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GFCN은 가짜 식별 도구개발과 관련 전문가 교육을 주도한다. 믿기 어려운 걸로 분류된 모든 데이터들은 공통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켜 법률 위반에 해당하면 출판물 표시를 차단한다. ‘제피르’라는 혁신적 모듈은 오디오와 비디오 파일을 독립적으로 분석, 변경 사항이 있는지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자료가 사실인지 가짜인지 결론을 내린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누구나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다.
국익 앞세운 가짜 보도 심각…한국 특히 심각
아일랜드 저널리스트이자 <RT> 현지 특파원인 초이 보위스는 “국민 설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서구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는 동시에 대량의 허위 정보로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루의 잡지 <디플로마티카 엠베서더> 편집장인 지리카르도 산체스 언론인은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가짜 뉴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국방부에서 일했고 현재 발다이클럽 회원인 마이클 말루프는 “미국 정부가 이야기(내러티브)를 통제하고 모든 서방 언론과 대기업들은 일사분란하게 이를 대변한다”면서 “서방 언론으로부터 얻는 정보는 다양한 이종 정보와 배경 정보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현 <리아노보스티> 한국 특파원은 한국 언론들이 국제 뉴스 보도를 위해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서방 언론들만을 검증 없이 번역해 보도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한국인들은 서방 언론들의 보도를 검증 없이 사실로 믿고 있으며, 아무런 근거 없이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되고 '러시아 혐오’에까지 이른다고 발표했다.
유엔 결의안에 기초한 가짜 점증…전문적이고 책임 있는, 열린 검증 플랫폼
‘지역대화’ 측은 20일 국제행사 직후 GFCN 강령을 공개했다. 이 강령의 초안은 지난 2021년 12월24일 유엔 총회 결의안(76/277)에 명시된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유엔 회원국과 유엔 기관, 기타 관련 조직들이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얻은 모범 사례를 기반으로 했다.
타박 ‘지역대화’ 대표는 “이 강령을 국제 수준에서 만들고 홍보하는 것은 오늘날의 과제를 해결하고 신뢰할 수 있고 진실한 지식과 정보를 보호하고, 평화롭고 개방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령은 10가지 원칙과 방향을 정의했다. 우선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초로 하며 ▲양도할 수 없는 인권과 자유의 엄격한 준수 ▲정치적 견해의 다원성과 국가 이익의 조화 보장 ▲검증된 데이터의 가용성을 강조한다. 특히 ▲결과의 재현성과 무제한의 사람들에게 팩트 체킹 방법론의 개방성 ▲건설적 피드백 제공 ▲의사 결정의 협력성 ▲수정의 무결성과 적시성 ▲지속적 전문성 개발 ▲가짜 뉴스 대응에 핵심 주체 참여 등을 운영 방향으로 명시했다.
(사진=모스크바 이상현 전문위원) 발다이클럽 회원인 마이클 말루프 전 미 국방부 공무원이 20일(현지시간) 열린 ‘가짜 대화(Fake Dialogue) 2.0)'에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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