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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위기이자 발견이 된 계엄령 ‘사태’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휘경

    2024.12.09 09:46
    민주주의 위기이자 발견이 된 계엄령 ‘사태’

     계엄령. 역사를 잊지 않은 한국인이라면 이 세 글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현대사의 가장 아픈 기억이자, 한국의 민주주의가 치른 뼈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45년 만인 올해, 한밤중 난데없이 선포된 계엄령은 수많은 사람들을 순식간에 반세기 전의 기억으로 몰아넣었다. 그때도 그러하였듯 대통령 자신의 정권 위기가 국가의 비상사태라는 이름으로 둔갑했고, 계엄의 목적인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는 역행했다.

     민주주의는 고립된 한국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선진국의 지위에서 높이 존중 받을 수 있는 근간이었다. 물론 산업화를 통한 급속한 경제 성장도 큰 몫을 차지했고, ‘한강의 기적’으로서 칭송됐다. 
     무엇보다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가치와 방향은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쟁취한 역사적 성취이기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전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취임 이후 행보를 보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위기를 드러내는 조짐이 속속 노출됐다.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국정농단 스캔, 채 상병 사망 사건 은폐 시도, 비판적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 특정 국가 중심의 일방적 외교 노선 강행 등 민주적이라고 일컫기 힘든 일이 지속됐다. 대학 교수들의 시국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부경대 학생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은 대통령의 행보에 반하는 일은 병력을 투입해 막겠다는 식의 계엄령의 예고편이었을 지도 모른다.

     6시간 만에 일단락된 계엄령이 남긴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거대한 퇴진 시위다. 국민의 힘 내부적으로도 논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경제, 외교, 안보 등 이미 많은 분야에서 민심을 잃고 있던 중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이라는 매도적 언어와 함께 급작스럽게 꺼내든 계엄령 카드는 탄핵 시위의 기폭제가 되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러한 여론의 흐름은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의 짧은 판단으로 군 병력이 국회에 침입한 사건은 21세기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긴 하나, 더욱 놀라운 점은 자정에 이뤄진 계엄령 선포에도 곧바로 국회 본회의가 열려 재석 인원 190명의 전원 찬성으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노한 시민들이 국회에 모여 순식간에 시위대가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루 만에 전국 각지에 시위 물결이 퍼졌다. 독일, 미국 등에서도 한국인들이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계엄령으로 완전히 해부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그 가치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우려스러운 점은 탄핵 절차가 이뤄진다고 한들 한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였던 정치 양극화가 해결될 것이냐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종북 세력 프레임은 정말로 극단적이고 맥락 없이 이루어졌으나,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정치 풍토는 현 대통령만큼은 아니더라도 괴물 정치인을 낳게 하기 충분하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대한 거부와 이태원 사건 책임 규명의 부재, 그리고 계엄령까지, 이상하리만치 국가 병력과 밀착되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것을 동원해왔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나약하게 하고 좌절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중국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켜 사랑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며 비꼬고 있고, 국내에도 이미 이와 관련한 다양한 밈들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가 이번 계엄령이 김 여사의 특검법 재표결에 대한 우려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 번 더,  이것이 공천 개입 의혹을 포함한 각종 스캔들 수사에 대한 공포함에 더해 낮아지고 있는 지지율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국 선언들로 인한 축적된 좌절, 그리고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에 대한 고립감 등이 얽혀 저지르게 된 일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어떠한 것도 이번 계엄령의 변명이 되지 못하지만, 이것이 밈으로 소비될 만큼 단순한 일이 아니란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 계엄령으로 건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될 조건에는 설득과 인내가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우치게 된 듯하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하고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휘경

    前 한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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