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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데없는 계엄령 왜?…국민은 몰라야 할 불편한 바깥 사정

    전문위원 이상현

    2024.12.09 09:46
    난데없는 계엄령 왜?…국민은 몰라야 할 불편한 바깥 사정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자비한 행동 방식을 따라하려고 했다. 불만을 장황하게 나열하고 무고한 사람을 박해하려 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트럼프를 자신과 비슷한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 <알자지라>의 칼럼니스트  앤드류 미트로비카가 6일(현지시간) 자신의 칼럼에서 밝힌 ‘한국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에피소드’ 관람평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류의 ‘권위주의’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도덕과 법을 어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트럼프처럼, 윤석열 대통령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연세 지긋한 캐나다 출신 칼럼니스트의 논조는, 안타깝지만, 순진한 대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엄청난 원고료를 주는 것으로 알려진 <알자지라>에 실릴 칼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구체적 설명도 필요 없다. 미국과 브라질, 이스라엘과 한국의 정치 지도자가 어떻게 ‘권위주의자’라는 기계적 잣대로 비교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마치 80세와 50세, 20세, 7세 사람들로부터 각각 ‘어젯밤 이모와 이모부가 싸운 이유’를 듣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는 것이다. 4개 나라는 외교의 체급과 역사, 수준이 모두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런 나라 지도자의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나 언행이 일부 비슷해 보인다고 뭉뚱그려 ‘권위주의자’ 정체성으로 일반화 하다니.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 무모하다고 해야 할까.

     

    쫓기듯 선포한 계엄령…어설픈 계엄군

     계엄령 선포 이후 나흘의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엄청난’ 첩보와 정보를 쏟아냈다. 구술과 기록으로 켜켜이 쌓인 첩보들은 교차 검증 이후 정보가 된다. 퍼즐이 맞춰져 하나씩 언론에 소개되는 정보들은 국내 정치 관련 정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내 정치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외국 언론의 시선 역시 정보의 왜곡 및 비뚤어진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재소비되고 있다. 

     사실 국내 정치와 외교・안보는 불가분의 관계를 넘어 서로가 서로를 구속하고 길항(contention)하는 알고리즘을 구성한다. 윤 대통령이 3일 밤 도대체 왜 그렇게 헐레벌떡 석연 찮은 비상계엄령을 내렸는지도 마찬가지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못 박을 곳만 눈에 보인다’고 한다. 러시아 매체 종사자로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정국의 외연에서 러시아를 발견하게 된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을 경질했다. 홍 차장은 5일 자신의 상관인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사직 권고를 받았고, 언론 인터뷰 및 국회 정보위에서 계엄령 전후 전모를 알렸다. 윤 대통령이 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과 양당 대표, 야당 의원, 친야 성향의 유명 방송인들을 “싹 다 잡아들여!”라고 했고, 자신에게 방첩사령관을 도우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위험을 계엄령 발령의 주된 배경으로 제시했는데, 체포자 목록에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까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홍 차장의 폭로는 윤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됐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대신 ‘전술적 협력’?…그걸 지켜본 미국

     홍 차장은 지난 10월 18일 “북한이 4개 여단 1만 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발표의 책임자다. 그는 국내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에 가서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 병력이 예상보다 빨리 배치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 해제 결정 이후 자신을 경질한 것을 자신이 대통령의 명령을 거역했기 때문이라고 KBS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도 다녀왔고 매우 중요한 중국 출장 일정도 잡혀 있는 상황에서 무능력 때문에 경질 당한다고 보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실패했기 때문에 물러나게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차장은 지난 11월 초 정부 대표단을 꾸려 우크라이나와 나토를 방문, 북한군 러시아 파병 관련 정보 공유 등 현지 정보 당국과 다각도로 협력했다. 과학정보·사이버 업무를 담당하는 국정원 3차장도 지난 10월 중순 나토 합동사이버방어센터를 방문했다. 국정원은 홍 차장 귀국 직후 우크라이나에 ‘심리전 대응팀’을 파견했다고 TV조선이 보도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일 상대국에 허위 정보를 퍼뜨려 혼란을 주는 ‘인지전’을 북한군이 경험하면 한국의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거라며 참관단과 전황 분석단 파견 등 우크라이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외교부는 2025년 1월20일 취임하는 트럼프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이 북러군사조약 상황 아래 남북・한러 관계에 직결된다고 봤다. 기존 ‘무기 지원’에서 ‘전술적 협조’로 지원 방향을 선회한 정황이 감지되기도 했다.

     한국의 이런 일련의 우크라이나전쟁 대응이 바이든 정부에 마뜩치 않았을 수 있다. 한국 국정원이 북한 파병설을 처음 거론했을 때, 미국 안보라인은 한동안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던 점을 떠올려 보자.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포탄 우회 수출 이외에 끝까지 어떤 무기도 보내지 않은 혈맹이다. 뭔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을 본 걸까?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마르지 않는 영부인의 사법적 위험 ▲발목 잡힌 2025년 예산 및 주요 법률안 ▲의료 대란 등 정치・사회적 난제들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라면 대통령이 밤 10시가 넘는 시간 갑자기 상기된 얼굴로 등장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리 없다.

     러시아 프룬제 군사아카데미 출신의 한설 예비역 장군(육사 40기, 육군 소장 예편)은 지난 11월 29일 “미국군 내에서 한국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며 “한국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제공은 이후 한국 정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한 장군은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봤다. 물론 미국의 압력에 굴복 당한 정황이다. 야당인 민주당에도 많은 미국 인맥들이 활약, 속수무책으로 참전할 판이었다는 것이다. 

     한설 장군의 판단이 옳다면, 한국의 책임있는 지도부라면 어떤 판단을 했을까. 한 달 남짓 남은 미국 민주당 정부의 우크라이나 대리전을 위해 끝까지 버텨온 살상무기 지원 금지 방침을 꺾고 전격 참전할 것인가. 아니면 절차적 민주주의의 장치들을 총동원해 현직 대통령의 중대한 결함을 명백하게 만들어 명분 있게 미국의 참전 압력을 회피해야 할까. 

     

     계엄령 내막을 폭로한 국정원 홍 차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북한 관련 대면 보고를 했을 때 윤 대통령이 “다 때려 죽여, 핵폭탄을 쏘거나 말거나”라고 말했다고 했다. 계엄령 해제 직후 경질되고 8일 검찰에 긴급체포된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계엄 선포 직전 합참의장에게 “북한 오물풍선의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황상 윤 대통령의 주요 측근들은 미국을 믿고 북한과 전쟁을 감행할 심적, 물적 준비가 다 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과 그 측근들과 달리, 다행스럽게도, 한국 사회는 ‘엄청난 위협’을 막연하게나마 감지했고, 서둘러 출구를 향해 빠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엄청난’ 게 진정한 국익이었는지, 뚜렷한 지구촌 다극화 조짐이었지, 미국 주도의 한반도전쟁 시즌2였는지, 적성국과 그 동반자들의 첨단무기였는지, 알 길은 없다. 

     

     분명한 것은 전시작전권을 동맹에 맡긴 나라는 정치 지도자의 거취도 홀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 국민들은 가급적 그 불편한 진실을 몰라야 한다는 점, 술을 많이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점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홍장원 국가정보원 제1차장(왼쪽)과 윤오준 제3차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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