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서 쏙 빠진 대한민국…여야 일심전력 필요한 때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조유진
2024.12.20 12:18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KDI 경제전망-2024년 하반기'에서 내년에 수출 증가세가 둔화해 올해(2.2%)보다 낮은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설비 투자는 금리 인하와 반도체 경기 호조세로 올해(1.6%)보다 높은 2.1%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수출은 자동차와 석유류가 다소 조정됐지만, 여전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지켜가고 있다. 이렇듯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핵심 산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야당은 ‘대기업 특혜’를 이유로 정부의 반도체 직접 투자를 막고 있다. 더 이상 반도체 공장을 빼앗기지 않고, 국내에서 공장을 건설·운영할 여건을 갖춰 주도 산업을 지켜내야 함에도 말이다.
‘데드덕’에 진짜 죽어나는 건 우리 기업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자, 선진국도 너나 할 것 없이 자국 반도체 기업으로 ‘돈 풀기 경쟁’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ASML의 경우, 본사에서 주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해외 이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국가는 25억 유로(한화 약 3조 7555억원)를 긴급 투입해 ASML 본사 인근에 인프라를 정비하는 노력을 보였다.
과거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전자공업 육성방안’과 ‘반도체산업 종합육성대책’을 수립해 반도체 육성에 온 힘을 다했다. 저리 대출부터 세금 감면까지 포괄적 지원에 나서며 오늘날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에선 반도체 주도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세웠다. 국내에는 없는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 혜택이 해외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시한 ‘칩스법(반도체지원법)’으로 삼성전자는 6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SK하이닉스는 6억 8570만 달러의 보조금에 세액 공제 혜택까지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만 없는 ‘보조금’ 혜택…. 여야 신속한 합의 불가피
정부는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 공장의 해외 유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국내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도체특별법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으로 전문 인력의 유연 근무를 촉진해 반도체 업황의 모멘텀을 끌어내야 한다. 다만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은 반도체 특별법에서 언급하기보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해 적용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미 탄핵 정국으로 계류 가능성이 높아진 반도체 특별법의 입법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이 반도체특별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개별로 주도한 이유다. 직접 보조금이 골자인 반도체 특별법은 이미 여야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선제적으로 통과시키고, 논의가 필요한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논의 과정 이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이 합리적 노동성을 위반하는 독소조항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힘의 균형추가 기울어진 노사 관계에서 노동 조건의 악화로 귀결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엔비디아 직원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대신 종종 주 7일 근무에 새벽 1~2시까지 일한다. 엔비디아는 직원들의 노고에 전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근로 시간 규제를 두지 않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근로 시간 유연성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필수 요소다. 한국의 엄격한 규제가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노동 조건 악화가 개정을 막는 요인이라면, 노사 관계의 감시견 역할을 하는 새로운 조항을 함께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비상계엄령 여파로 한국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국민의 불안감을 느낀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반도체 특별법의 시급성을 언급하며 “경제 안정을 이루고 대외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도 국회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조속히 반도체 특별법을 처리하고, 주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한 논의를 마쳐 반도체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국내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에서 공장을 세우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여야의 일심전력(一心專力)이 필요한 때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실적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9조 2700억 원, 영업이익 3조 8600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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