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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적 지원 내건 USAID, 테러 지원 혐의...수상하다 수상해

    전문위원 이상현

    2025.02.09 18:54
    인도적 지원 내건 USAID, 테러 지원 혐의...수상하다 수상해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2023년 한 해 동안 최소 30개국에서 활동하는 6200명의 기자들, 707개의 민영매체, 279개의 미디어 관련 비정부기구(NGO)에 자금을 지원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7일(파리 현지 시간)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미디어 10개 중 9개는 USAID의 지원을 받는 등 최근 몇 년간 해외 사업을 위해 지원한 금액 중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 미디어에 대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만 명 넘는 USAID 구성원을 290명까지 축소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하자 지원을 못 받게 된 우크라이나 미디어들이 구독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후원”을 호소하고 있다. 몇몇 매체는 이미 활동 중단을 발표하고 대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유지할 돈이 말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지구촌 연성권력(soft power) 보장을 위한 이 정부 부처를 구조조정 하지 않았다면,  USAID는 2025년 한 해에도 ‘독립 미디어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지원’을 위해 2억 6840만 달러(한화 약 3913억원)를 집행할 참이었다. 물론 이런 예산 계획도 누리집에서 삭제됐다. USAID는 이 자금으로 언론 자유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나라별 주류 언론들, 억압 받는 소규모 미디어를 교육하고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데 제공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명분과 달리 미국만을 옹호하는 대가로 돈을 준 것이다. 한국의 일부 매체들도 이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공정과 정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국경없는기자회의 참담한 상황 인식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전쟁으로 약화된 우크라이나 독립미디어 환경을 재건하기 위해 3년 동안 9600만 달러가 필요한데, 트럼프가 지원을 동결키로 결정해 혼란과 불확실성을 야기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우크라이나 매체가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 다른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으면 지구촌 언론인들이 혼란과 어려움에 빠진다는 인식은 몰비판적인 미국 중심 사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USAID를 통한 우크라이나 매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동결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번 조치로 편집 독립성을 손상시킬 수 있는 자금 조달원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로 인해 비정부기구와 미디어 매체, 언론인들이 ‘혼란스러운’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러 하원의장 “곰팡이는 빛에 죽는다”

     뱌체슬라브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이날 트럼프 2기 내각 발표 직후 그간 러시아가 파악하고 있는 USAID의 악행 목록을 꺼냈다. 

     볼로딘 의장은 “USAID 헌장에는 이 부처가 경제와 의료, 교육, 긴급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주장대로) 진짜 범죄 조직으로 변했다”며 “다른 나라에서 생물학 무기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선거 캠페인에 개입하는 한편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볼로딘 의장에 따르면, 100개국 이상에 사무실을 두고 연간 예산이 500~600억 달러에 이른다.

     볼로딘 의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3년 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그의 아들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대량 살상무기를 만들고 배포한 배후”라며 “이는 국가두마가 실시한 의회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공식 주장한 바 있다. 볼로딘 의장은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생물학 실험실 네트워크가 발견되기도 했다”며 “당시 이 나라 사람들은 비인도적인 고문과 재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이 젤렌스키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바이든은 이 사실이 밝혀질까봐 임기 종료 직전 아들 헌터 바이든을 사면했다.

     각국 시민운동가들과 선거감시원, 언론인 등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쿠데타를 준비하고 조직했다는 주장도 있다. 볼로딘 의장은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조지아와 몰도바,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에서 ‘민주주의 증진’을 명분 삼아 색깔혁명을 꾀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USAID는 지난 10년 동안 구소련 국가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이런 목적으로 2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고, 이 중 52%가 우크라이나로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CIA와 함께 마약사업 관여…테러 지원에 색깔혁명 파종 역할

     USAID는 러시아는 물론 미국에서도 금지돼 있는 알카에다 등 테러리스트와 무장단체와 연결된 조직에 수십 만 달러를 이체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의 국가정보국(CIA)이 양귀비 재배와 헤로인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비료에 수억 달러를 지출, 전 세계적으로 마약이 퍼지는 것을 촉진해 얻은 막대한 돈으로 각 나라에서 색깔혁명 자금에 보태왔다는 사실은 미국 언론에서도 자주 보도된 바 있다. 결국 USAID의 목적 사업 자체가 CIA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주장이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거나 권위주의 성격이 강한 나라의 젊은 층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권 의제를 부추겨 색깔혁명의 기초를 만드는 것도 USAID의 중요한 활동이라는 분석이다. 볼로딘 의장은 “트랜스젠더 등 LGBTQ 운동이나 카톨릭과 이슬람 신앙인들이 반대하는 임신 중절권 주장, 인종차별과 성별 차별 의제의 증폭 등을 선전하는 활동도 USAID의 주된 영역”이라고 밝혔다. 그는 “USAID는 소프트 파워 기술을 이용해 수십 년 간 세상에 낯선 가치관을 강요해 왔으며,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분야를 긍정적으로 묘사, 한마디로 비인간화를 부추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USAID 청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을 받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언론도 USAID 지원 받았을까?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7개월이 채 안 된 그 해 9월14일, USAID와 한국 외교부(MOFA)는 3년간의 개발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인도-태평양을 위한 개발’을 내세워 한미 양국간 돈독한 협력을 다짐하며,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에 새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USAID가 사실상 문을 닫는다는 뉴스가 최초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에 보도된 이후 USAID는 사실상 누리집을 닫았다. 포털사이트에서 USAID와 한국 미디어 지원 여부를 검색하면 검색화면에 일부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링크를 누르면 누리집 초기화면으로 접속돼 “USAID는 전 세계 필수 요원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의 행정휴가를 명하고, 본국 귀국을 위한 개별적 사유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며 추후 인사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공지문만 나온다. 그밖의 다른 콘텐츠를 볼 수있는 링크는 없다.


    (사진=AFP 연합뉴스) 지난 7일 미국 시민 및 노조 관계자들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USAID 사실상 폐쇄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문위원 이상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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