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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년 아이돌, 성적 대상화와 노동 착취의 경계에서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현솔

    2025.03.15 11:22
    미성년 아이돌, 성적 대상화와 노동 착취의 경계에서

    오는 31일 방영 예정인 ‘세계 최초’ 만 15세 이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 피프틴(UNDER15)>이 참가자 공개와 동시에 해외 K-팝 팬들 사이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참가자들이 성인과 유사한 화장을 하고 무대에 오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이가 포함된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프로그램이 재능 있는 아동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세계 최초, 아동을 대상화하고 ‘뽑는’다니요?

    이 프로그램이 초래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어린 출연자들이 성적 대상화될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외적 매력을 보여줘 대중이 그들을 ‘픽(pick)’하게 만든다. 참가자들은 마치 장난감 가게의 진열대에 올라간 인형들처럼 자신의 외모와 실력의 출중함을 보여 선택 받아야만 한다. 이러한 ‘픽’을 위해 방송사는 미성년 참가자들에게 성숙한 의상과 퍼포먼스를 부여하고, 카메라는 그들의 외모와 신체적 움직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연출한다. 이는 어린 출연자들을 성인 아이돌과 동일한 방식으로 소비하도록 유도하며,나아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아동을 성적 이미지로 활용하는 경향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연출 기법은 소아성애적 소비를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아동을 향한 왜곡된 시각을 공고히 할 위험이 크다. 실제로 X(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으로 해외 네티즌들의 많은 비판 댓글이 이어졌으며, 결국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SNS 댓글창을 봉쇄했다. 

    ▲X 내 <언더 피프틴>에 대한 부정적인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이 담긴 트윗(글)들이다.

     

    더불어 어린 참가자들은 방송 환경 속에서 자신의 외모와 매력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출연자들에게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도록 만들고, 외적인 요소가 주요 평가 기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구조는 성장기 아동들의 자아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외모지상주의와 자기대상화(self-objectification)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성년자가 자신의 가치를 외적인 아름다움에 한정 짓는 순간, 이는 장기적인 심리적 부작용을 동반할 위험이 크다.

     

    방송 출연 아동의 노동 문제에 대한 규제도 미약해

    이와 함께 어린 참가자들의 노동권 보호 문제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15세 미만 아동의 노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연예계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 이에 따라 아동 연예인들은 불규칙한 스케줄과 과도한 경쟁에 노출될 위험이 크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해외에서는 아동 연예인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아동 배우의 근로 시간을 엄격히 규제하며, ‘쿠건 법(Coogan Law)’을 통해 일정 수익을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호 계좌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아동 연예인의 수익이 부모나 소속사에 의해 임의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성년 연예인의 노동 조건과 수익 관리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부족해 방송사가 어린 출연자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 이는 아동 노동 착취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사회적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수적이다. 미성년 연예인의 노동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과도한 촬영 스케줄과 경쟁 환경을 제한하는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아동 인플루언서 및 방송 출연자의 수익을 법적으로 보호하며 부모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이러한 보호책이 미비한 실정이며, 이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상업적 소비 구조를 근절하고 아동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언더 피프틴’과 같은 프로그램은 계속 등장할 것이며, 이는 결국 ‘아동은 보호대상이다’라는 당위성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제 단순한 프로그램 비판을 넘어, 대중문화가 미성년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연예 산업은 단순한 유흥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윤리를 반영하는 장이다. 따라서 미성년자의 권리를 철저히 보호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방송사는 미성년자를 착취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즉각 중단하고, 윤리적인 방송 기획을 우선해야 한다. 시청자들 또한 단순한 소비자의 위치를 넘어, 미성년자를 상품화하는 산업 구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물려주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변화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사진=MBN 캡처) MBN이 SNS을 통해 공개한 <언더 피프틴>의 참여자들 중 일부 사진.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현솔

    前 성신여자대학교 성신학보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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