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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대북 외교 현주소, 그리고 북한군 인권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휘경

    2025.03.30 10:43
    대한민국의 대북 외교 현주소, 그리고 북한군 인권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지위를 완전히 잃은 듯하다. 최근 들어 북한과의 긴장 관계가 올라가 공식적인 적대 관계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정치 상황이 상당히 불안정하니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디의 외교적 접근을 잣대로 되짚자면 우리나라의 북한 관련 외교 정책에 대한 방향은 모호하다.

    대한민국의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은 크게 두 개의 목적을 골자로 한다. 첫 번째는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외교를 담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과 한미일 안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추진해 왔던 비핵화의 행방이 요원해졌다. 미국이 빠지고, 중국의 외면은 그대로인 채, 북한의 비핵화는 일본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일부 국가들 간의 담론적 협력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로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외교적 방향으로서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에 파병됐다고 알려진 북한군의 지위에 대한 국제법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기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마침내 ‘0’에 수렴했다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지위와 크게 연관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진 지 3년이 넘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러우 전쟁의 종식을 위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크리아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의 회담은 거의 파국의 모습을 띄는 듯 했지만 30일 휴전 합의를 이끌었고,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도 유선 상의 회담으로 제재 완화 및 휴전 합의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물론 여전히 미완의 상태다. 합의 자체도 휴전과 제재 선후 사이 눈치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는 데다 한편으로는 휴전에 대한 논의가 영토나 인프라 중심의 담론으로만 그치고 있는 듯 해보인다.

     

    이러한 와중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미 인류의 어두운 역사로 기록되고 있는 러·우 전쟁에 깊숙이 개입되어 보이는 북한에 더 주목하게 된다. 특히, 미국 정보기관과 우크라이나 측 정보망에 따라 1만 명이 넘는 북한군이 전쟁에 투입되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앞으로 전쟁이 이어질 경우 북한이 파병군 숫자를 늘릴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어왔다. 게다가 지난주 21일,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인 세르게이 쇼이구의 방북은 꾸준히 러우 전쟁의 참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길 회피해왔던 러시아와 북한 사이 외교 전선의 강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휴전 합의가 불발되어 전쟁이 이어진다면 북한군의 무의미한 희생이 더욱 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젤렌스키는 제네바 협정에 따라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병사와의 교환 카드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네바 협정 44조, 추가 프로토콜 1항에 따라, 북한군이 러시아 소속 공식 군인으로 인정되거나, 파병 지원군으로 분류된다면 포로 보호 협약에 따라 본국으로 이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기술이나 문화 등에 노출된 이상 북한군에게 본국 이송은 죽음 또는 또 다른 고문 등 형벌의 가능성도 예상된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한국에 전한 바로는 북한군 의사에 따라 한국으로 귀순시키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전했다. 한국전쟁 당시 적용되었던 예외적인 자발적 귀순 의사와 맥을 같이 하여, UN 인권 최고위원회의의 지적에 따라 인도주의적 이행 절차를 따르겠다는 의지로도 비춰진다. 문제는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가시화된 이상 이들의 귀순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휴전 논의가 본격화된다고 해도 기존의 국제 협정과 조약이 적용되는 방식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부는 공식적인 언론을 통해 북한군에 대해 적극적인 포용 조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물론 포로 보호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한국 전쟁 때처럼 포로 당사자의 귀순 의사를 우선한다는 예외 사항을 적용하기보다 국제 협정에 명시화된 절차를 따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헌법에 북한 주민을 포함한 개인의 인권을 포함하고 있는 국가로서 취해야 할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은 한국의 중견국 지위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 한다.

    국제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비핵화 정책은 숱한 전문진 칼럼을 통해 여야 합의와 일관된 국익 중심의 담론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되어 왔다. 러·우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결탁에 대항하여 북한 비핵화보다도 한국의 핵무장 잠재력을 키우자는 주장도 존재한다. 내부의 힘을 키우려면 이는 분명 상당히 중요한 논점이며, 이제는 어떤 선택지도 배제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의 지위는 불안하다.

    그러나 한 명의 개인이자, 국제정치학을 연구하는 학도로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북한으로부터 전쟁터로 내몰린 북한군이 현재 고통과 감시, 위협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북한’ 소속 군인이라는 특성에 기인해 명백히 국제법과 국제 협약의 사각지대 아래 놓여있다는 사실에 대해 대한민국보다 더욱 주목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들을 둘러싼 담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북한과 동아시아 안보의 틀에서만 언급될 뿐 이들 또한 가족과 오롯한 삶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쉽게 간과된다. 물론 복잡한 외교 관계가 얽혀있는 의제이기에 현실적인 대안을 감히 제안하기 어렵지만, 부디 한국 담론장과 국제 사회에서 이러한 사각지대가 잊혀지지 않고 꾸준히 주목되길 바랄 뿐이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과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세르게이 쇼이구가 지난 21일 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청년학생 칼럼니스트 이휘경

    前 한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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